대전지역 기업 80여곳 참석…양국 캐치올 제도 등 대응전략 수립 설명
“소재 산업 관련 정부 규제완화 체감 안돼…전문인력 육성·창구 필요”
8일 대전시와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 그리고 기업 관계자들이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전시 서구에 위치한 대전상공회의소 2층 대회의실에서 ‘일본 수출규제 관련기업 설명회’를 열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본격화와 관련해 향후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향, 정부의 지원 내용 등을 대전 지역 기업들에 설명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장에는 80여곳에 달하는 대전·충남 지역 기업들이 자리를 채웠다.
유환철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수출 규제라는 전대미문 사건으로 인해 많은 기업인을 만나보고 있다”며 “주로 ‘소재 대체 등의 문제가 당장은 감정적으로 풀 수 없으니 외교적으로 풀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정부의 대책과 현장에 맞는 집행, 추진방향이 나와야 할 것 같다”며 “이 자리가 방향 설정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현용환 전략물자관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정책 변화와 현 상황 하에서 기업들의 대처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현 연구원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됐다고 해서 모든 품목에 대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일본이 인증한 자율 준수 기업(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의 경우 수출허가 처리가 빨라질 수 있으며 국내에도 623곳이 공개돼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민관 합동조직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의 배근태 사무관이 정부의 기업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배 사무관은 “원스톱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중앙부처 담당자가 각 지역센터로 파견 나온 상태”라며 “중앙 부처와 연결해서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는 산업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 등 9개 정부부처와 무역보험공사 등 10개 유관기관, 대한상의·반도체협회 등 단체로 구성된 민관 합동 조직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향후 대응책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소재 국산화와 관련해 규제 완화·자금 지원 등 정부의 움직임을 바라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수출 규제 품목 3개 중 하나를 제조하는 한 기업인은 “반도체 소재 산업은 대기업에서 많이 하는 분야지만 국산화에 성공, 일부 수출 단계까지 나간 상태”라며 “이번 사태로 주위에서 ‘회사가 많이 성공하는 게 아니냐’는 연락을 많이 받지만 국내 기업 사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재 국산화 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선에서는 전혀 피부로 느낄 수 없다”며 “첨단 소재를 개발하다 보면 신규 화학물질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는데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을 하려고 하면 비용이 수천만원에 기간도 일년 가까이 소모된다. 첨단 소재 개발과 관련해 촉각을 다투는 입장에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유관부서 담당자들도 전체 법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천만원대 전문 컨설팅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화평법과 같은 법규를 숙지하고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기업 상담 창구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산화 노력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사태를 기회로 보는 기업인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업인은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그간 일본에서 전량을 수입해오던 품목과 관련해 모 대기업이 국산화 일환으로 우리 측과 협의 중에 있다”며 “기업이 요구하는 물량을 내려면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줄 것인지에 대해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 사무관은 “금융위원회 측에서 설비투자 등 R&D 지원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곧 공지가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웨이퍼(Wafer·집적회로 제작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재 원판)를 재생·가공하는 한 기업 대표는 “소재 관련 기업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R&D 지원을 해줄 것인지, 시기는 언제가 될지 궁금하다”며 질문을 던졌다. 이와 관련해서 유 청장은 “현재 R&D 관련 정책이 수립 단계에 있다”며 “곧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공고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정재용 대전시 기업창업지원과장은 “시에서는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고, 향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500억을 긴급 배정했다"며 "1년간 지방세를 유예해주는 등 여러 방안을 시행 중에 있다. 앞으로도 대처 방안들을 검토·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