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사회성, 식욕 조절 가능성 동물실험서 검증…차세대 BCI 등 응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자기장으로 뇌 회로를 조절해 행동·감정의 비밀을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및 곽민석, 이재현 연구위원(연세대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팀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단장 이창준)과 협업해, 자기장을 통해 특정 뇌 신경회로를 무선 및 원격으로 정밀 제어하는 나노-MIND(Magnetogenetic Interface for NeuroDynamics)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 이상의 뇌 신경세포(뉴런)와 여러 가지 뉴런으로 구성된 더 많은 수의 뇌 회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특정 뇌 회로를 제어하는 것은 인지, 감정, 사회적 행동 등 고차원적 뇌 기능의 원리를 규명하거나 각종 뇌 질환의 원인을 알아내는 데 필수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Neuralink)에서 보듯 생각만으로 외부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발전에도 꼭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BCI는 뇌와 컴퓨터 간 양방향 무선 통신을 실현해, 기기 제어뿐만 아니라 컴퓨터 정보를 습득해 뇌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기장은 생체 투과율과 안전성이 뛰어나 MRI에서처럼 생체 신호를 읽어내 질병을 진단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자기장으로 특정 생체 신호를 조절하거나 뇌 회로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은 과학계의 난제였다.
연구진은 자기장을 이용한 차세대 자기유전학(magnetogenetics) 나노-MIND 기술로 특정 뇌 회로를 자유자재로 제어해 동물의 감정, 사회성, 동기부여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자기장과 자성을 띠는 나노입자를 이용해서 원하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핵심은 원하는 뇌 회로에 나노-자기수용체(nano-magnetoreceptor)를 생성시키고, 원하는 시점에 회전자기장 자극을 줘 뇌 회로의 시공간적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선, 나노-MIND 기술로 모성애를 담당하는 전시각중추(medial preoptic area, MPOA)의 억제성 가바(GABA)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감정 및 사회성 조절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모성애를 조절하는 뇌 회로가 활성화된 쥐는 어미 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린 쥐를 자신의 둥지로 데려오는 등 어린 쥐에 대한 돌봄 행동이 크게 촉진됐다.
또한, 음식 섭취는 외측 시상하부(lateral hypothalamus)의 동기부여 뇌 회로를 활성화해 조절할 수 있었다. 나노-MIND 기술로 동기부여 회로의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한 쥐는 식욕과 섭식 행동이 100% 증가했다. 반대로 흥분성 뉴런을 활성화할 경우 쥐의 식욕과 섭식 행동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MIND 기술로 원하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고차원적 뇌 기능을 양방향으로 조절 가능함을 나타내며 다양한 종류의 뇌 회로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임을 보여준다.
천진우 단장은 나노-MIND 기술에 대해“자기장으로 특정 뇌 회로를 자유자재로 조절한 경우는 세계 최초로 뇌과학의 차세대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며“뇌 회로의 기능 및 작동 원리 규명, 정교한 인공신경망 및 양방향 BCI 기술 개발, 뇌 신경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 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38.1)'에 지난 3일(한국시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