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 및 코로나19 만성후유증에 대한 후속연구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대량 증식 원리를 새로 밝혀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김성준 박사팀은 최근 연구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신속 증식 원인으로, 인체 세포의 에너지 발생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및 세포의 성장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EGFR의 변형된 역할 때문임을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세계적인 감염병은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2019년 코로나19 등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다.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고려하여, 미래의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 속도를 가속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들어온 후, 짧은 기간 내에 대량 복제가 일어나는 원동력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해당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준 박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에 침입한 후,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구조와 기능을 신속하게 변화시켜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생성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포 성장 신호’ 활성에 중요한 EGFR 단백질의 변형을 유도하여 바이러스 대량 증식 유지를 위해 교묘하게 활용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감염 시 바이러스가 대량 복제되어 주변에 전파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러한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EGFR 표적 치료제를 적절히 활용하면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내로 진입한 후 일어나는 변화 중, 세포 유지에 필요한 ATP 증가와 미토콘드리아 막전위(membrane potential)가 상승했음에 주목했다. 그동안 지카, 인플루엔자 등 다른 많은 바이러스들은 감염되었을 때 미토콘드리아 막전위를 감소시킨 것에 반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반대의 상황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바이러스의 숙주 세포 진입 후 과정에서 발견한 현상은 크게 두 개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뉴클레오캡시드 복합체가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미쳐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에너지 생성’을 매우 증가시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토콘드리아 막전위 차이 증가에 의한 미토콘드리아 상호 융합 형태를 통해 유도된다.
미토콘드리아는 막전위가 높을수록 ATP(세포 에너지) 생성이 활발해진다. 그리고 융합된 형태일수록 미토콘드리아 표면적이 늘어나고 막전위를 높게 유지할 수 있어 ATP 생산 효율이 늘어난다.
두 번째로 발견한 현상은 바이러스 감염이 숙주 상피세포의 ‘성장 신호’에 관여하는 EGFR 단백질의 기능에 영향을 준 것이다. 우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EGFR 신호 전달 체계가 활성화되고, 일부 변형된 EGFR의 위치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되는 것을 밝혔다.
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는 계속해서 변형된 형태를 유지하게 되고, 과도한 에너지 생산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바이러스 대량 복제에 기여한다. 이번에 발견한 현상을 막는다면 바이러스 증식을 제어하는 원리로 활용될 수 있어, 감염병 대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이에 연구팀은 이미 FDA 승인된 ‘EGFR 표적 치료제’를 활용하여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EGFR의 성장 신호 활성을 제어하는 폐암 치료제 ‘다코미티닙’, 갑상선암 치료제 ‘반데타닙’ 등 12가지 FDA 승인 약물을 활용한 실험 결과에서, 모두 매우 효과적인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이 나타났다.
특히 반데타닙의 효과가 뛰어났다. 코로나19로 감염된 실험 쥐에게 반데타닙을 약물 최적 농도인 25mg/kg을 매일 입으로 투여시킨 후 3일 뒤 진행한 바이러스 RNA 분석 결과에서, 실험 쥐의 폐 세포에 남아있는 바이러스 RNA 수준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됐다.
또한 6일 후 면역조직화학 염색법으로 폐 세포의 염증 상태를 관찰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폐 병변이 현저히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등 다양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반데타닙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한 실험 결과도 매우 우수했다.
다양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로 감염시킨 세포에 반데타닙을 처리한 후 바이러스 RNA 양을 분석했을 때 적게는 약 1000분의 1 수준, 많게는 약 10만분의 1수준까지 현저하게 감소된 결과를 얻었다. 또 반데타닙은 새로 생성된 바이러스 자손의 감염도 분석에서도 매우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나타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대량 증식 원리를 규명하는 신규 기전을 밝힌 것을 토대로, 기존 승인된 치료제의 용도 변경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병 억제 목적의 약물 재창출 가능성을 보여준 우수한 연구 결과로서, 미래 감염병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연 이영국 원장은 “전염 속도가 빠른 신·변종 감염병의 빈번한 확산 및 일상적 유행(endemic)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신속 증식 원리 규명과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국민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포트폴리오(Nature Portfolio) 출판사의 세포생물학·의약학 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겟티드 테라피, Signal Transduction & Targeted Therapy(IF : 40.8))’에 지난 5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