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 9월 착공 예정 불구 시기 지연·장소 변경
市 “빨라도 내년 상반기 착공…예산 등 내부 검토 중”
대전시 민선 7기의 공약 중 하나인 ‘실패박물관’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
20일 대전시가 계획한 연내 실패박물관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는 연내 예산 책정이 어려워 내년도 예산 반영을 통해 2020년 상반기 내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실패박물관은 허태정 시장의 경제활성화 공약 중 하나로, 실패에 너그럽고 재창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창업환경 조성을 위해 전시·교육·상담 등을 담당하는 공간이다.
국내에서 생소한 실패박물관은 2010년도 해외에서 ‘실패학’의 부상과 함께 널리 알려졌다. 애플, 코카콜라 등 유명 브랜드의 실패 사례를 한 데 모아놓은 스웨덴 실패박물관은 ‘실패의 미학’을 소개하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달 초에는 서울에서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7만 점 이상의 실패작을 수집해놓은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 ‘신제품 작업소’(New Product Works) 또한 실패박물관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해 대전시 또한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대전 내 살패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며 혁신 창업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전시가 발표한 건립 추진 계획에는 △실패 사례 중심의 전시관 △실패 기술 재활용을 위한 거래상담소 △재창업 스타트업과 투자자와의 만남의 장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대덕과학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참여를 통해 은퇴한 과학자·연구자를 박물관 큐레이터로 고용, 창업과 기술개발 자문역할을 맡기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날 대전시로부터 확인 결과, 실패박물관 개소는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더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착공이 9개월가량 늦어지며 정확한 개소 시기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기뿐만 아니라 장소도 현재까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당초 실패박물관이 자리하고자 한 옛 충남도청에 소셜벤쳐 창업플랫폼이 입주하기로 하면서 시에서는 아직 후보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소셜벤처 특화거리에서 멀지 않은 중구 중앙로 인근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예산 또한 계획 발표 당시 투입하기로 한 10억원에서 50억원이 늘어난 60억원 규모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실패 사례를 재조명함으로써 재창업에 대한 의지를 고취시키겠다는 대전시와 실패박물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장소나 시기, 예산 편성과 관련해서 아직 내부 검토 중에 있다”며 “은퇴 과학자 및 은퇴 교수 등을 큐레이터로 기용하는 계획은 예정대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