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7 스페인 코르도바, 2000년 역사 로마교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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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7 스페인 코르도바, 2000년 역사 로마교를 걷다
  • 류호진
  • 승인 2021.03.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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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나의 여행기 27 (2018. 5.25.~5.26.) 코르도바 Cordoba1

그라나다의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안달루시아의 마지막 여행지 코르도바를 향하는 차창 밖은 녹색의 올리브 나무, 누런색 밀밭과 파란 하늘의 뭉게 구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코르도바는 로마 시대 때부터 도시가 형성되고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호령하던 시기에 수도로서 과거의 영화를 살필 수 있는 흔적이 많아 도시 곳곳에 오래된 유적들이 널려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라고 한다. 버스 터미널은 박물관 같은 고풍스런 분위기가 흐른다. 호스텔에 가기 위하여 노선도 잘 모르는 시내 버스에 올라서 구글 맵과 감각으로 다른 도시보다 쉽고 빠르게 호스텔에 도착하니 횡재한 기분이다.

짐을 정리하고 호스텔을 나서 저지대로 방향을 잡아 수 백보 나서니 누런 강물이 흐르는 넓은 강이 나타난다. 탁류는 아닌데 맑고 투명하지도 않은 강물이 막걸리를 연상케 한다. 막걸리라면 한 바가지 퍼 담아서 벌컥벌컥 마시면 좋으련만...

강을 따라 도로가 있고 두 개의 다리가 보인다. 하나는 도로 건너편 가까이 있고 다른 한 개의 교각은 먼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다리를 건너서 먼 곳의 다리까지 가 보기로 결정하여 폭 넓은 강을 가로지르는데 다리 위에는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와 나 혼자 뿐이다.

강물도 급한 것 없이 유유자적하게 흐르는 모습을 보니 시간의 흐름도 느린 듯하다. 강을 건너와 강변과 구릉진 곳에 자리한 도시의 윤곽과 또 다른 다리를 바라보며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내려간다. 얼마후 멀리 보이던 또 다른 다리에 도달한다.

좀 전에 건넜던 현대식 다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하고 흔히 볼 수 있는 다리는 아니다. 로마교인 것이다. 벽돌 모양의 석재로 축성한 중후한 다리의 모습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멋진 케미를 이룬다.

2,000년 전에 건설한 다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강 상류 쪽의 교각은 삼각형으로 뾰족하고 하류 족의 교각은 반원형으로 만들어 물의 저항과 소용돌이를 적게 하려고 했다니 로마인의 토목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70년대에 준공하여 90년대에 무너졌던 우리나라의 성수대교가 떠오르며 로마인에 대한 묘한 열등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로마교 부근 강 언저리에는 강물을 이용하여 물레방아 같은 큰 수차를 돌리던 방앗간의 흔적을 보니 물레방아를 만들어 생활하던 우리와 다를게 없다는 동질감도 올라온다.

로마교 끝나는 지점에 솟아있는 망루는 칼라오라 탑이라 부르는데 이슬람 시대 요새의 역할을 하다 현재는 박물관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데 입장은 생략하고 로마교를 건넌다.

로마교를 건너편에는 코르도바가 자랑하는 메스키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메스키타는 높은 위치에서 나를 내려보며 환영의 손짓을 하는 것 같은데 오후가 한참 지난 시각이라 관람 시간이 애매하다.

다리를 건너와 정면의 메스키타로 가지 않고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 강변을 따라 걷는다. 오른편에는 성벽 같은 담장으로 둘러쌓인 구조물이 이어지는데 성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나 출입문이 나타나지 않는다.

성벽을 따라 한참을 걷고 걸어 성벽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하얀색 벽에 여러 종류의 꽃으로 치장한 예쁜 집들이 좁은 골목 사이로 이어진다. 유대인 거주 지역에 들어온 것이다.

장님 문고리 잡듯이 우연히 들어온 장소이지만 안내 책자에 소개된 곳이다. 이 지역은 매년 5월이 되면 집 집마다 화분을 벽에 걸어 놓거나 정원을 꽃으로 장식하는 ’파티오 patio‘를 만들어 경합을 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어느 집에서 왕관을 차지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꽃으로 단장한 집들이 집단 거주지를 빠져나올 때 까지 이어진다 5월 25일은 그렇게 꽃길을 걸은 날로 기억된다.

유대인 거주 지역의 예상치 못한 선물을 즐기며 걷다 보니 광장이 나타나고 요새화 된 건축물이 보인다. 그토록 찾아 헤메이던 성벽의 출입구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알카사르는 요새화 된 궁전 같은 것으로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도시마다 흔적이 남아있는데 말라가 알카사바 만큼 보존상태가 좋게 보인다.

더욱이 코르도바 알카사르는 이슬람식 건축에 기독교 방식의 건축이 융합된 형태라 하니 기대감이 높아진다.

높은 망루에 올라 시설을 둘러보며 윤곽을 살핀 후 지상에 내려와 인공 연못과 정원을 둘러본다. 잘 다듬어진 정원수와 여러 종류의 꽃, 분수의 물보라를 감상하는데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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