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 37 (2018. 5.30.~6.5.)
바르셀로나 Barcelona 2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걸려있는 카탈루냐 자치 국기는 스페인 안에 있는 또 다른 국가를 상징하는 느낌이다.
노란색 바탕에 4개의 붉은색 줄과 한 개의 별이 새겨진 자치 국기는 카탈루냐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카탈루냐의 마지막 왕이 죽임을 당할 때 피를 흘리며 쓰러질 때 입고 있던 노란색 옷에 피 묻은 네 손가락의 흔적을 남긴 것을 상징한다 하니 카탈루냐의 한을 짐작할 수 있다.
노란 바탕에 붉은 줄과 하나의 별은 독립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한다. 앞서 예기한 바 있지만 스페인은 서로 다른 왕국들의 집합체로 존재하다 국토회복 운동(레콩키스타) 과정에서 카스티야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왕의 정략결혼으로 무슬림을 몰아내고 스페인을 통일시켰다.
그 후 신대륙을 개척하여 세계 최강대국으로 번성 발전할 때까지는 좋았다. 17세기에 카스티야의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의 중앙집권화가 강화되면서 양쪽 왕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가 1939년 내전을 통해 집권한 극우파 프랑코 정권이 좌파의 중심이었던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에 대한 차별 정책을 시행하면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카탈루냐 지역의 자치권과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독재 정치로 탄압을 하면서 심해진다. 심지어 FC 바르셀로나를 레알 마드리드 CF라고 표기하듯이 바르셀로나 CF로 표기하도록 강요했다고 하니 중앙 정치에 대한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월드컵을 시청할 때 스페인보다도 상대편 국가를 응원할 정도라고 하니 뿌리 깊은 중앙 정치에 대한 불신을 짐작 할 수 있다.
스페인은 17개 자치구 중 반골 기질이 강한 바스크와 카탈루냐 지역이 아직도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능력 있고 까칠한 자식들이 호적을 옮기겠다고 부모에게 윽박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 지역의 경제력이 나머지 지역보다 월등히 높기때문에 두 지역이 독립을 한다면 스페인은 앙꼬 없는 찐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를 운영하는 중앙정부와 집권 세력에게는 매우 엄중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강력하게 분리 독립운동을 제지하고 있지만 분리 독립운동의 불꽃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향후 스페인의 운명은 현재도 진행형인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운동의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셀로나는 생각보다 넓고 큰 도시이다.
마드리드에서는 걸어 다니며 관광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대중요통 이용은 1~2회 정도면 족했는데 바로셀로나는 관광시설이 분산되어 있어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효율적 접근이 어렵다.
지하철 1회용 티켓으로 숙소에서 네 정거장 거리에 있는 시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을 찾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설계자 안토니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를 부각시킨 작품이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에 기념비적인 여러 건축물을 남겼는데 특히 성가족 성당은 가우디가 1926년 전차에 치여 사망할 때까지 43년간 동안을 성당 건축에 매진하였으니 그의 모든 것을 바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그가 죽기 전 10년 동안은 성당 건축현장에 거처를 옮겨 인부들과 숙식을 함께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파리의 노트르담, 레온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 말라가 대성당 등은 착공하고 몇 백년 걸려 완성된 과거 역사를 확인했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9세기에 시작하여 21세기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형인 현장이다.
공사장에서 흔히 들리는 요란스런 망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성당보다 높이 솟아 있는 타워크레인이 구름보다 서서히 움직이며 공사 진행을 알리고 있다.
1~2년이면 건물을 뚝딱 짓고 세계 최단시간을 자랑하는 우리의 풍토와 비교되며 이 건축물이 주는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는 총 3개의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 가 있는데, 각각 ‘예수 탄생’, ‘예수 수난’, ‘예수 영광’을 주제로 설계되었고, 이 중 ‘예수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생전에 직접 완성시킨 것이다.
‘예수 수난’ 파사드는 1976년에 완공되었고, 마지막 남은 ‘예수 영광’ 파사드는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3개의 파사드 위에는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종탑이 세워지고, 중앙에는 예수를 상징하는 거대한 탑이 세워질 계획인데, 현재까지는 8개의 종탑만 완공되었다.
내부는 마치 숲 속에 와 있는 것처럼 나무와 꽃들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기존의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아름답게 빛난다.
-ENJOY 스페인 · 포르투갈/문은정 외/넥서스-퍼옴 성당의 지붕은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몬세라트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고 한다.
성당의 외형을 둘러보고 입장을 시도했으나 예약을 하지 않아 입장은 불가하다. 이틀 후 입장하는 표를 예약하고 돌아서 다른 관광지를 찾아 나선다.
2일 후 성당에 입장한다. 가우디 유해는 지하의 작은 예배당 옆에 안장되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 사망 100주년 되는 해인 2026년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성당이 완공되면 다시 와서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