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41-1 (2018. 5.30.~6.5.)
바르셀로나 Barcelona 6 -몬세라트Montserrat, -타라고나Tarragona, -시체스Sitges
바로셀로나에 머무는 하루는 인근에 있는 몬세라트, 타라고나, 시체스를 방문하기 위하여 현지 한국여행사 투어를 예약하여 다녀왔다.
아침 8시에 스페인 광장에서 출발한 투어버스는 1시간 정도 달려 목적지 몬세라트 Montserrat에 도착한다.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가 들쭉날쭉 이어지며 솟아 있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 봉우리가 6만개 정도 된다고 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가보지 못했지만 머나먼 이국땅의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 할 때 몬세라트 산 봉우리에서 영감을 받아서 성당 첨탑을 설계했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성당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수긍이 된다.
바위산 아래에는 수도원이 있고 수도원 예배당 안에는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인 검은 마리아상이 있다. 몬세라트가 유명한 이유는 바위산 뿐 아니라 수도원과 검은 마리아 상이 있기 때문이다.
검은 마리아 상을 만나기 위해 모여든 인파때문에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 복도를 따라 줄이 이어지고 복도 한쪽 벽면에 오래된 검이 전시되어 있는데 예수회를 창시한 로욜라 신부의 검이라고 한다.
예수회는 영화 ’미션‘의 주인공 가브리엘 신부가 소속된 종파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 예수회 선교사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에서 ‘가브리엘의 오보에’의 선율은 '쇼생크 탈출'의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만큼이나 역설적 아름다움으로 감명 깊게 기억되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 유리로 가려져 일부만 개방된 검은 색 목조상의 오른손에 있는 구슬에 손을 대면서 평화와 안녕을 빌어본다. 수도원 소속의 음악학교는 14세기부터 이어져온 전통을 자랑하는데 세계 3대 소년 합창단으로 꼽히는 에스콜라니아 성가대 연주가 유명하다.
미사 시간에 공연되는 그들의 하모니는 천상의 소리가 되어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 준다. 수도원을 나와 먼 발치 절벽위에 십자가가 세워진 전망대를 찾아간다.
경사진 산 길을 한참 오르면 산 미구엘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산과 중턱에 자리 잡은 수도원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나타난다.
깍아지른 협곡 아래로 강물이 흐르고 강 너머 산 아래 마을은 개미집처럼 보인다. 몬세라트는 지명이 의미하듯이 톱니 모양의 바위산이 이어져 있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수도원은 카탈루냐를 수호하는 ‘검은 마리아상’의 은총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순례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카톨릭 성지가 되고 있다.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 타라고나Tarragona를 향한다. 타라고나는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은 도시이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도시는 아니다.
유적의 도시답게 도시 근교에는 보존 상태가 양호한 로마 수도교가 작은 관목이 우거진 계곡 사이에 나타난다. 재미있는 것은 눈으로 보는데 만족하지 않고 수도교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걸어보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물이 흐르던 수로에 물은 마르고 없지만 그 자리에 사람이 들어가 걸어 다니며 고대 로마인의 토목기술을 확인하니 짜릿한 흥분이 발끝에 전해온다.
세고비아의 수도교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로마시대의 건축물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체험은 훌륭한 기억으로 저장된다.
지중해의 발코니라 부르던 이 도시에 들어가 보면 고대와 중세의 유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하다. 시가지 절반 이상이 로마 제국 시대에 지은 로마 성벽과 광장, 원형경기장, 원형극장 등 2000년 전의 이야기를 묵묵히 전해준다.
마주보는 바다는 잔잔한 파도로 화답한다. 로마시대에 건설된 지하 통로가 현재도 관광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데 통로 위에는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건설되어 살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타라고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면서 카탈루냐 전통의 인간 탑 쌓기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카탈루냐의 '인간 탑 쌓기'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축제로 지난 2010년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카탈루냐인의 협동심과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신뢰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 타라고나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 시체스로 Sitges 발길을 돌린다. 시체스는 지중해를 바라보는 해변과 아기자기한 도시를 배경으로 각종 페스티벌과 축제가 끊이지 않는 휴양지 도시라 한다.
우리에게는 ‘올드 보이’나 ‘친절한 금자씨’ 등의 영화가 수상을 하면서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게이 축제와 가면축제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시내 곳곳에 나부끼는 깃발은 6월 중순에 시작되는 게이 축제를 알리기 바쁘다. 소나기를 뿌리고 지나간 구름을 배경으로 희미한 무지개가 먼 하늘 위에 생긴다.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방파제가 있고 계단을 따라 걸어가면 성당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다. 이곳은 인기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이 촬영된 곳이라 한다.
이 드라마를 열심히 본 적은 없지만 성당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세워진 인어상과 성당의 출입구를 보니 가물가물한 기억을 소환하기 바쁘다.
성당을 주변을 돌아보는데 도로 곳곳에 꽃으로 장식된 그림과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길게 이어진 골목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꾸민 꽃장식이 길 가운데를 차지하고 사람들은 라이드 라인 역할을 하는 장식 줄 밖 길가를 지나며 작품들을 감상한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며 심술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완벽한 모습의 꽃 장식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빗물에 쓸려 내린 꽃송이들이 낮은 지대에 무리를 지어 쌓여있는데 본연의 역할을 다 못하고 수거될 처지의 꽃과 장식을 꾸미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정성이 무너져버린 것 같아 허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커진다.
년 중 끊임없는 이벤트가 벌어지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소도시 시체스의 석양빛이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바로셀로나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