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폐기물로도 수소 발생…Nature Nanotechnology지 게재
앞으로 바다, 호수, 강은 물론 페트병 폐기물을 녹인 용액에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입자 연구단의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공동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갖춘 물에 뜨는 광(光)촉매 플랫폼을 새롭게 개발했다.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높은 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과 시설 개발이 필수다.
기존 수소 생산 방식인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2)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고, 온실기체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광촉매는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H2O)에서 수소(H2)를 만든다.
광촉매 성능 향상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진 못했다.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려면 가루 형태의 광촉매를 필름이나 패널 형태로 제작하고, 이를 물속에서 작동시키기 위한 별도의 용기 그리고 물 밖으로 수소를 내보낼 장치 등이 추가로 필요해 수소 생산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IBS 연구팀은 물 위에 뜨는 젤 형태의 새로운 광촉매 플랫폼을 고안했다. 새로운 플랫폼은 이중층 구조로 상층인 광촉매층과 하층인 지지층으로 구성된다.
우선 연구진은 광촉매를 크라이오에어로겔 형태로 제작하여 촉매 자체의 밀도를 낮췄다. 크라이오에어로겔은 내부가 기체로 채워져 있는 고체 물질로, 밀도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성능이 우수한 백금(Pt)계 촉매, 값싼 구리(Cu) 기반 촉매 등 모든 광촉매를 크라이오에어로겔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두 층을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구조로 만들어 표면장력을 높여 물에 더욱 잘 뜨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이드로젤 플랫폼’은 물 표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수소가 다시 물로 바뀌는 역반응을 최소화해 생성물 손실이 적다.
또한 촉매가 물에 잠기는 경우 수심에 따라 유입되는 빛의 양이 적어지지만 수면에 떠 있어 빛 산란 없이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간단하게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진은 태양광을 통한 수소 생산 성능도 검증했다. 1㎡ 면적의 하이드로젤 촉매로 시간당 약 4L의 수소를 생산(환산치)할 수 있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또한, 다양한 미생물·부유물이 섞여 있는 열악한 바닷물 환경에서 2주 이상 장시간 구동했을 때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자연의 물뿐만 아니라 페트병 등 생활폐기물을 녹인 용액에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플랫폼이 폐기물 처리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택환 단장은 “활용이 한정적인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의 그린수소 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성능을 확보했다”며 “수소뿐 아니라 다양한 유기화합물과 과산화수소(H2O2) 생성에도 적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8일 0시(한국시간)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40.523)’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