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운동 및 인지기능 장애 치료 연구에 활용 기대
동물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감각 정보를 활용하며, 특히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주로 눈을 통해 얻은 시각정보에 의존한다.
우리 뇌는 시각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제한적인 경우에도, 시각정보와 과거의 경험 지식에 기반한 예측정보를 통합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의 통합과 처리가 뇌의 어느 영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이준열 연구위원(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영장류 행동 실험과 신경세포 활동 측정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전 경험지식에 의한 예측이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대뇌피질 감각영역을 조절해 감각운동(Sensorimotor) 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감각운동이란 외부감각 자극에 반응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운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컨대, 우리가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쫓을 때, 눈으로 받아들인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방향과 속도 등의 시각정보를 뇌에서 처리하여 안구의 운동을 조절하게 된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가 움직이는 시각 자극물을 눈으로 쫓는 추적안구운동 과제를 하는 동안 시선추적장치와 전극을 이용해 눈의 움직임과 대뇌 외측시각피질(Middle temporal visual area)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측정했다.
원숭이에게는 원형의 구역 안에 임의로 점이 찍히는 무작위 점 키네마토그램이 시각 자극물로 제시되고, 원숭이는 시각 자극물의 중심에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또 눈에 잘 보이는 고휘도의 시각 자극물과 그렇지 않은 저휘도의 자극물이 제시되는 경우, 시각 자극물의 이동 방향이 유사해 예측이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머신러닝, 뉴럴 디코딩 등의 기술로 분석해, 시각 피질 영역에서 예측정보와 감각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수리적․정량적으로 분석했다.
행동실험 결과, 원숭이가 시각 자극물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이전 실험 경험을 통해 이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추적안구운동의 편차가 적었으나, 이전 경험을 통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에는 그 편차가 컸다. 이는 감각정보가 확실하지 않을 때, 사전 경험지식을 활용하여 행동의 정밀성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외측시각피질 세포들의 신경활성이 나타내는 자극의 운동방향을 추정하여 실제 추적안구운동 방향과 비교한 결과, 추정 방향과 실제 추적안구운동 방향의 편차가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행동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시각 자극물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에만 사전 예측에 의해 외측 시각 피질 세포들의 방향 선택성이 안구운동의 추적 방향을 더 잘 처리하도록 조절되는 것이 관찰됐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외측시각피질 세포들의 활성 패턴이 시각 자극물의 방향에 대한 예측도 표상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안구 운동의 정밀성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혔다. 기존에는, 예측은 전두엽에서 수행되고 감각정보는 시각피질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준열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대뇌 외측시각피질이 환경으로부터 얻은 감각 정보를 단순히 신경 신호로 전달하는 영역이 아니라, 사전 지식 및 예측에 의해서 동일 감각정보를 다르게 해석하여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뇌영역이라는 것을 밝혔다”며 “대뇌피질의 감각 영역이 사전 정보를 이용해 어떻게 감각운동 행동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감각운동 정보처리의 신경 기전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감각운동 및 인지기능 장애 치료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자매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7월 7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