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장관 “심의 두달 넘기지 않겠다” 약속 공염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블록체인 송금서비스 업체 ‘모인’이 신청한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심의 여부를 계속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기정통부 소속 우정사업본부가 유사한 블록체인 송금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모인이 신청한 블록체인 규제샌드박스 사업안 심의 여부를 두고 수차례 회의에도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 열린 1차 심의에서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해당 안건을 배제했고, 3월 열린 2차 심의에서도 “금융위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심의를 피했다.
모인은 지난 1월 과기정통부에 블록체인 기반 송금서비스 사업을 규제샌드박스 내에서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모인은 스텔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중은행보다 수수료를 50% 이상 싸게 받고 해외송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통해 신원확인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음에도 현행법 탓에 2번에 걸쳐 본인인증을 하도록 강제하는 등 사업 내 여러 부분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금융위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계속 심의 논의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두고 “신시장 개척을 위해 신청부터 심의까지 두 달을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모인은 어느덧 심의 신청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한국에선 신시장 개척이 너무 어렵다”며 답답한 속내를 토로한다. 심지어 모인보다 늦게 규제샌드박스 심의를 신청한 손목시계 방식의 심장관리 서비스는 지난 3월 심의를 거쳐 승인을 받았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유사한 블록체인 송금서비스 적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 과기정통부를 향한 비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혁파의 취지가 블록체인에선 여전히 통하지 않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선 아예 서비스나 사업 명에서 블록체인을 숨겨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모인은 “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해외 경쟁사가 앞서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해 발만 구르고 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금융관련 주무부처인 금융위 등과 계속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