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굴기’ 국내시장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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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굴기’ 국내시장 넘본다
  • 최정
  • 승인 2019.04.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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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과 합작 中부품 국내 조립후 “메이드인 코리아”
국내 양산‧韓브랜드 경쟁력 앞세워 해외진출 가능성
초기엔 고용창출 효과…국내 車제조기반 붕괴 우려
지난달 29일 군산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한 MS컨소시엄에 중국 전기차 업체 퓨처모빌리티가 참여해 향후 자사 전기차 브랜드 바이톤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폐쇄된 군산공장 전경. 한국지엠 제공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중견기업과의 협력을 지렛대로 내수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조립한 뒤 '한국산(메이드 인 코리아)' 마크를 달고 해외수출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아직 시작 단계라 생산 예상물량이 많지 않고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향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차의 내수시장 잠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군산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한 MS컨소시엄에 중국 전기차 업체 퓨처모빌리티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컨소시엄은 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 MS오토텍 주도로 구성돼 국내 4~5개 기업이 참여한다. 퓨처모빌리티는 향후 자사 전기차 브랜드 바이톤을 군산 공장 부지에서 생산할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MS오토텍은 지난달 29일 군산공장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종속회사 명신이 한국지엠 군산공장 토지와 건물 등을 1130억원에 취득하며, 취득 예정일은 6월 28일"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컨소시엄 자본은 퓨처모빌리티가 주로 댈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은 군산공장 인수와 초기 생산시설 등에 2000억원을 투자해 공장 정비과정 등을 거쳐 2021년 연간 5만대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15만대의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퓨처모빌리티는 지난 2016년 BMW 전 임원 2명에 의해 설립된 후 중국 정부의 지원과 IT기업 텐센트 등의 자금조달을 받아 바이톤이라는 전기차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면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한국으로 가져와 군산공장에서 전기차를 위탁 생산(분해분리 방식, KD)하고 국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KD 물량은 자동차 부품으로 간주돼 관세가 낮고 목적지에서 완성차로 조립할 때도 저렴한 현지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서 만든 것과 비슷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게 된다.

사실상 중국 전기차를 한국산으로 포장해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때문에 국내 중견 기업들과 중국 업체들의 합작계약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부품사 쑹궈모터스는 국내 업체 SNK모터스와 손잡고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와 군산 새만금에서 10만대, 대구에서 1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조립해 출시하는 형태로 전기차 생산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체리자동차가 국내 업체 나노스와 손잡고 12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전기차 생산 설비 계획을 준비 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중국 전기차들이 국내 양산형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초기에는 고용 창출 등 투자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완성차를 생산해 국내 인증을 거친 한국산(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등장은 국내 자동차 제조 기반이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 우려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국내에 들어오려는 이유는 게이트웨이(Gateway) 즉 해외 진출의 관문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춰 메이드 인 코리아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게 해외에서 더 경쟁력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부품에 국내 업체가 참여하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중국업체 특성 상 내수 부품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 잠식은 물론 유관 업체들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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